‘나’는 옹벽에서 굴러떨어져 크게 다쳤다. 몸을 다쳤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누나는 뜻밖의 제안을 한다.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타내자고. 유튜브와 블로그 등을 뒤져 관련 정보를 모으는 누나에게선 기이한 생기가 감돈다. 남매는 보험사 조사관에게 장애를 증명하려 불편한 몸을 ‘전시’하기 시작한다. 누나는 한쪽 팔이 성치 않은 몸으로 동생의 휠체어를 밀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한 팔로 버티느라 숨을 헐떡이는 모습은 섬뜩할 지경이다. 지난달 24일 출간된 앤솔러지 소설집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창비·사진)에 실린 편혜영 작가의 ‘재배의 경제’. 그를 비롯해 최진영, 정한아, 정보라, 예소연 등 다섯 여성 작가가 참여한 소설집엔 어딘가 ‘미쳐 보이는’ 여자들이 등장한다. 뒤틀려 있고 위태롭다. 하지만 책은 제목대로 “아무도 미치지 않았다”는 걸 일깨운다. 개인이 본래부터 광기 어린 존재였던 게 아니라, 그들을 이 지경으로 몰아넣은 사회와 구조를 바라